9월, 2020의 게시물 표시

행복불감증과 행복 여행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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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쩌면 내게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행복할만한 것들이 이미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그것들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고, 나의 삶은 불행에 젖은 솜처럼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마침내 나는 내 스스로에게 '행복불감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행복을 찾고 싶은 마음에 이번 주말에 떠난 여행에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읽었다." 꾸뻬 씨를 찾는 어떤 환자들처럼 나는 실제로 불행한 것보다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었고, 이 세상의 어떤 꾸뻬 씨도 나를 진정한 행복으로 데려다줄 수 없었다. 클라라는 "행복해?"라는 질문에 "나를 떠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며 불안해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은  "넌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할 거야"라는 비난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없기에 그녀가 불안해한 것처럼 나도 같은 이유로 불안했다. 그러나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 행복해질 수는 없었다. 꾸뻬 씨를 따라 나선 여행길에서,  나는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들을 여럿 발견했다. 달리 말하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여러 개 찾았다. 첫 번째 깨달음은 꾸뻬가 비즈니스 석에서 비비엥을 만나며 얻은 것이었다.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교는 내 스스로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나는 공부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내 페이스를 온전히 믿지 못했다. 그래서 늘 곁눈질을 하며 주변을 부단히 견제하고,  남의 속도에 맞춰 무리하게 달리기도 했고, 안일하게 쉬기도 했다. 또,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의 불공평함을 한탄하며 스스로를 불행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불안한 눈초리로 곁눈질 하지 않는 것, 행복불감증을 치료하기 위한 ...

시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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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부터 사람들은 집을 재산 이상으로 생각해왔다. 집주인의 삶이 그대로 묻어있는 삶의 동반자, 집. 그래서인지 집은 무생물인데도 때때로 이름이 붙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이다. 아빠의 시골집도 그렇다. 아빠가 태어나고 자란, 60년도 더 된 이 집은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나는 이 집에 들어오면, 50년 전의 모습을 상상하며 '어떻게 이렇게 작은 집에서 오남매가 복작거리면서 살았을까?'라는 생각에 빠진다.   2014년,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난 후, 아빠의 정성으로 이 집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었다. 원래 집 입구에 큰 감나무가 있어 '감나무집'이라고 불렸던 이 집은 감나무를 옮기는 바람에 더 이상 감나무집이 아니게 되었지만, 아빠는 집주인과 터줏대감이 감나무가 떠난 이 집의 빈 자리가 허전하게만 느껴지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집을 가꿨다.   위의 왼쪽은 집 들어서는 길, 위의 오른쪽은 집 마루에서 본 모습, 아래는 정원 모습을 파노라마로 한 컷에 담은 모습이다. 할아버지 계실 적 마당은 시멘트 바닥이었다. 그래서 집 바로 앞에는 수도와 호스가 있어서 나는 여름이면 호스를 연결해서 사촌들과 물장난을 쳤고, 낚시를 다녀온 아빠와 작은 아빠, 할아버지는 물을 틀어놓고 생선을 손질했다. 할아버지가 키우시는 몇몇 화분들도 놓여 있었다. 투박한 시골집의 정취가 가득한 집에 아빠는 잔디를 깔고, 징검다리처럼 돌을 놓고, 벽돌을 쌓아 화덕을 만들었다. 그러나 집은 허물지 않고 화장실을 좀 넓히고 부엌과 안방을 연결하는 정도의 변화만 주었는데, 덕분에 본연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한 채 새로운 것과 어울려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는 모두들 시골집에서 가장 멋있다고 말하는 장소이다. 이 벽돌 하나하나를 아빠 혼자 쌓아 올렸다. 처음 심었을 때는 40cm에 불과했던 측백나무들은 크리마스 트리처럼 크고 아름답게 자랐다. 이곳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장소이기도 ...

해성고 홈커밍 - 어린왕자, 선생님들, 잘 살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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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저번 주에 가기로 했던 해성고에 갔다. 피자, 아이스크림, 옥수수 찐빵을 바리바리 사 들고 갔다. 수능이 200일 남았을 때 교감 선생님께서 옥수수 찐빵을 사 오셔서 고 3 전체에 돌리셨는데, 그때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학교에 올 때 선생님들께 무엇을 드릴까 고민하다가 결국 옥수수 찐빵을 사 가기로 했다. 특히 전국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롤케익, 비타500과는 달리 이 찐빵은 남해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므로. 원래는 4시 반 전에는 도착해서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피자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고 하다보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본관 교무실, 3학년 교무실로 정신없이 뛰어갔다. (나름의 추억이 있는 옥수수 찐빵. 따뜻하게 먹어도 맛있고 차갑게 해서 먹어도 쫀득하고 맛있다.)  전국 곳곳에 코로나로 인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지만 이 고즈넉한 시골 학교는 다들 마스크만 썼을 뿐, 여전히 조용하고 소담스러웠다. 모든 분위기가 그대로였다. 하루 종일 공부하고 저녁을 먹으러 고3 계단을 내려오는 3학년들, 그런 아이들을 챙기는 선생님들, 윗 운동장을 도는 학생들, 아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좀 더 여유롭게 지난 날의 흔적을 곱씹으며 교정을 걸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선생님들이 퇴근하실 시간이었기 때문에 꼭 뵙고 싶은 분을 만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행히 신현욱 선생님과 하상운 선생님은 뵐 수 있었다. 물리를 신현욱 선생님께 배우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나는 신현욱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대학이 사이버 강의를 하는 동안 나온 과제들도 많이 여쭤봤다. 하상운 선생님은 내 3년 담임 선생님이시다. 2학년 말에 선생님께 제발 3학년 때 저 좀 데려가 달라고 졸랐던 게 생각난다. 올해도 선생님은 고 3 담임을 맡으셨는데, 요즘 학생부 마감에 수시 원서 일정까지 겹쳐 너무 피곤해...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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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했던 올 여름의 마지막을 함께한 것은 복숭아였다. 그것도 4.5kg짜리 박스 안에 9개 든, 아주 큼직하고 탐스러운 복숭아. 집 떠나면 제일 먹기 힘든 게 과일인데, 대학에 한 달 반 남짓 머무르면서 과일에 대한 갈망은 나를 괴롭혔다. 사실 고등학교도 기숙사라 집 떠나 있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영양가 있는 급식과,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먹을 것이 한가득한 택배와, 야자 시간에 출출한 학생들을 위한 야식을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생활은 결코 집을 떠난 생활이 아니었다.   우리 집은 과일을 정말 많이 먹는다. 그래서 제철 과일이 늘 냉장고를 채우고, 거의 매 끼니마다 디저트로 과일을 챙겨먹는다. 그런데 나도 집을 떠나고, 동생도 나의 모교로 떠나면서 부모님도 과일을 잘 사놓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년도에 거의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한 덕에, 집에 있으면서 집 떠나면 먹기 어려운 과일을 원없이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집 냉장고 안에도 제철 과일이 늘 자리하게 되었다.   올해는 특히 복숭아를 많이 먹었는데, 2주일만에 5박스를 먹은 것 같다. 복숭아는 나오는 시기도 짧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귀한 과일인데, 복숭아를 이렇게까지나 많이 먹게된 계기는 생각보다 별 게 아니다. 작은 아빠 아시는 분이 복숭아 농사를 한다고 하셔서 전화로 '복숭아 먹고 싶어요~'라고 한 마디 했더니 작은 아빠가 조카의 소원을 쿨하게 들어주셔서 이틀 후에 복숭아 두 박스를 받았다.   그런데 이 복숭아가 예사 복숭아가 아니었다. 위에서 쓴 것처럼 9개에 4.5kg나 하는 슈퍼 복숭아였다. 크기도, 빛깔도 뺨이 발그레한 아기의 얼굴같은 복숭아였다. 그 전까지만해도 나는 물렁한 황도보다는 딱딱한 백도를 선호했으나, 이 복숭아를 하나 맛본 후에는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즙이 한가득 흘러나오면서도 아작아작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달콤함이 입 안을 사로잡으면서도 끈적함이 아닌 복숭아 특유의 향긋함이 입 안을 맴돌았다. 나는...

내 방 환골탈태 프로젝트 -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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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탄 망치를 두드리며 조립한 철제 행거. 거의 10만원 가까이 주고 샀는데 생각보다 좀 부실하다. 그래도 행거가 온 덕분에 바닥에 늘어져 있던 옷가지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광목 천 커튼이 행거 사이즈에 딱 맞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래에는 플라스틱 라탄 수납장을 놓았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옷을 많이 수납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넣다보니 넣어지더라.) 책상 앞에 엄마의 캘리그라피 작품을 붙였다. 나는 특히 가운데 있는 작품이 마음에 든다. '세상은 쉬어갈 틈 없이 바쁘지만  인생은 쉬어가도 괜찮은 거란다' 앞으로 바쁘게 굴러가는 세상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갈 내가 탈진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엄마가 내 귓가에 속삭여주고 싶은 말인가보다. 그래서 책상의 모습은 이러함! 오른쪽의 큰 화초는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 혹은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집에 있는 여러 식물들 중에서 유독 저게 마음에 든다. 스탠드 디자인이 너무 구식이라 검정색으로 페인트칠을 해볼까 했으나 지금 이 상태가 딱 좋길래 칠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소파 커버는 큼직한 장미 무늬와 코르덴 재질로 올드한 느낌이었는데, 새로운 방에 어울리게 베이지톤의 소파 커버로 바꿨다. 베이지와 그레이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그레이 톤이 감도는 베이지라 딱 내가 원하는 색상이었다. 하나쯤 걸어두면 뭔가 느낌있어지는 패브릭 포스터. 원색적인 색감과 나도 옆에서 우쿨렐레를 치고 싶어지는 밝은 분위기가 좋아서 마티스의 'La Musique'가 프린팅된 것을 골랐다. 내 방의 왼쪽 귀퉁이 모습. 책장 위에 있던 장식품들을 책장 안으로 적절히 옮겨놨다. 패브릭 포스터와 책장, 소파가 잘 어울린다. 그래서 오늘 비로소 '환골탈태'한 나의 방이다. 사실 오늘 방 정리를 마무리할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하루종일 일한 끝에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며칠 간 계속 일만 하며 엄마가 평소에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도 느꼈다. 일이라는 게, 뭔가 티는 안 나는데 해...

내 방 환골탈태 프로젝트 -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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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상 앞에 놓여있었던 책장 하나를 완전히 비우고 책장까지 내보냈다. 그러고 나서 책상을 벽에 완전히 붙여버렸다. 이렇게만 해도 확실히 방이 넓어진 기분이었다.   (아직은 많이 너저분함.) 그 다음에 한 일은 내가 앞으로 자주 쓸 책 정리. (책을 정리하면서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슬펐다...ㅠ) 이건 한국사, 세계사 전집인데 구성이 꽤 괜찮아서 비대면을 하는 2학기 동안 역사 교양 듣는다 생각하면서 읽어볼까 한다. (나도 종합대 가고 싶다...인문 예술이 그리워요ㅠㅠ) 위 칸은 내가 좋아하는 책들 & 대출한 책들. 실존주의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 입문서로 꼽히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를 빌렸는데, 즉자, 대자같은 실존주의 용어들조차 내게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낑낑거리며 읽고 다시 읽고 하다보면 어느순간 깨닫는 때가 있겠지. 아래 칸은 2일차 글에서 언급했던 추억의 책들. 여기 있던 책장을 옮기면서 발견한 콘센트. 이 방은 콘센트가 없다고 투덜거렸었는데,  책장이 다 가리고 있던 것이었다. 오늘의 마무리샷. 바닥이 너저분해서 이게 몇 시간동안 정리한 방인가 싶겠지만 아마 행거가 오면 확실히 방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러쉬 향수, 바디 스프레이 - Love, Pansy, 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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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니집을 통해 직구를 했던 러쉬 바디 스프레이와 고릴라 퍼퓸이 드디어 도착했다. 주문하고 난 후의 며칠은 '언제쯤 오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렸으나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 편이 더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잊어두고 있다가 택배가 도착하니 너무 좋았다.  택배 뜯고 바로 찍은 사진. 러쉬답게 포장이 미니멀하다. 이건 Big. 동명의 샴푸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바다 향기가 참 좋아서 20가지가 넘는 바디 스프레이 중 망설임 없이 Big을 선택했다. 25파운드, 한화로는 약 39000원정도 했는데 한국에서 사면 60000원정도 하니까 이것만 사도 배송비로 손해보지는 않는다. 왼쪽의 팬지는 시향을 전혀 해보지 않고 오직 랜선 시향(?)을 믿고 도전을 한 향수다. 워낙 평이 좋고 홈페이지에 나온 향기의 주성분이 마음에 들어 샀다. 그렇지만 실제로 뿌려보니 '러쉬는 매장에 가서 사야한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단 걸 다시금 느꼈다. 다행히 향은 정말 좋고 계속 맡고 싶은 향인데 예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건 20파운드, 한화로는 32000원 정도. 한국 가격은 55000원. 오른쪽의 러브는 고체 향수를 전에 샀었는데 그 향이 좋아서 액체 향수로 구매했다. 그렇지만 역시 러쉬는 매장에서 시향을 꼭! 해봐야 한다. 같은 제품이어도 고체 향수와 액체 향수의 느낌이 꽤 달랐다. 이건 30파운드, 한화로는 48000원 정도. 한국 가격은 75000원. 빅 바디 스프레이 향기: 빅 특유의 바다 냄새와 상큼한 레몬향기가 난다. 바다 냄새가 좀 날아가고 나면 상큼한 레몬향기가 좀 더 잘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부드러운 바닐라향이 올라오는데, 부담스러운 헤비한 바닐라향이 아니라서 좋았다. 바디 스프레이라서 향수에 비해 훨씬 향이 가벼운데,  몸에다 뿌리면 체향과 자연스럽게 섞인다. 바디 스프레이 뿌린 다음에 입은 옷에 향기가 배어있고,  다음날 아침 이불에 은은하게 향기가 배어있다. 향이 다 날아간 것 같아도 바람 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