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며

 

 블로그를 시작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사실 수험생활 직후부터 생각해온 일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계획을 잡은 나머지, 어떤 블로그 플랫폼을 선택할지 계속 망설이면서 정작 글쓰기는 계속 미뤄왔다. 대학 첫 여름방학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다가 지금 당장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실행했다. 원래는 브런치를 할까 생각했으나, 나는 사소한 일상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편안한 플랫폼이 좋아서 구글 블로거를 선택했다. (티스토리는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 사이라서 딱 좋아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구글 블로거가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구글 블로거는 과연 소문대로 투박했고, 웹 언어를 모르는 나는 카테고리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오랜 시간 함께할 블로그이므로, 너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나의 세계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다음은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몇 가지 이유들이다.


1. 혼자만의, 그러나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를 대나무숲에서 외쳤던 사람은 자기 집 화장실이 아닌 대나무숲에서 비밀을 외쳤을까? 일기장에 솔직하게 적은 나의 마음, 나의 비밀을 사람들이 절대 알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과, 일부러 일기장을 슬쩍 흘려 누군가는 그것을 읽어봤으면 하는 이상스럽고 모순적인 마음이 공존한다. 만약 내가 전자만을 바랐다면 혼자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고, 후자만을 바랐다면 SNS에 몰두했을 것이다. 나는 남들에게 말하기는 애매한 혹은 어려운 생각들을 블로그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말하기 부끄럽다기보다는 누군가를 잡아두고 말하기에는 너무 사소한 생각들 혹은 오랜 시간 고민해봐야할 심오한 생각들이다.) 그렇게 나는 글을 남기고 떠나고, 누구나 그 글을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자신과 같은 관심사의 글을 읽으면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드는 반가움과 유대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렇게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블로그의 특성은 딱 내가 원하던 바였다.


2. 나를 '잘' 소개하고 싶다.

 어디를 가나 처음은 자기 소개로 시작한다. 그래서 자기 소개의 경험은 많다. 그러나 늘 당황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을 한다. 평소에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왔으면 자연스럽게 해온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이 자기 소개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에 대한 글을 쓰며 나를 발견해가고, 끊임없이 나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짧은 소개의 말로도 온전히 나를 잘 전달할 수 있을만큼 나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


3. 어떤 주제에 대해 제법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싶다.

  어렸을 때는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냥 계속 영어로 말을 해보다보니 영어로 말하는 것이 두렵거나 머리가 하얘지는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능을 치고 영어로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 말문이 턱턱 막혔다. 나는 이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원인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봤다. 영어 실력이 많이 퇴보한 것도 문제였지만, 나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글을 한 편 쓰고 나면 자연스레 그 주제에 대해 '좀 아는 수준'이 된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관심 가져왔던 것에 대해 글을 쓰며 적어도 내 관심 분야에서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4. 사진과 함께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내 마음을 훨씬 잘 대변한다. 이것은 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진은 순간적인 인상을 마음에 확 와닿게 하고, 글은 사진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디테일을 설명한다. 이렇게 사진과 글이 함께하며 내 일상 기록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5. 글을 잘 쓰고 싶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의무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들이 있어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무가 사라지고 나니 생각보다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창작에 욕심은 있어서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해두곤 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진득하게 붙어서 생각을 이어나가거나 글을 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글이 내게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부끄럽지만, 이제부터는 좋은 글, 마음에 드는 글을 향해 내가 다가가기로 했다.


6. 지금 나는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 필요하다. 

 나는 늘 외국 생활을 원해왔다. 오죽하면 수험 생활동안 책상 앞에 붙여놓고 공부한 문구가 원하는 대학 이름이나 '수능 대박'같은 것이 아니라 '외국 나가자', '워홀'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이를 좌절시켰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코로나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 변화의 최종 모습이 어떨지 두렵다. 내가 외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 때가 나의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코로나로 인해 너무 늦게 와 버리면 어떡하나라는 절망감이 든다. 또한,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것이 넘치는 학생이었는데 대학생이 된 순간 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 번도 꿈이 없었던 적이 없었기에 너무 당황스럽지만, 고등학생 때처럼 마음을 사로잡아서 자꾸만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 무언가가 없어서 삶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군대 가서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처럼, 워홀을 1년정도 다녀오며 내 삶을 재정립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욱 무기력해진다. 이런 상태로 매일을 살다보니 불만만 많고 실천하는 것은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 블로그 활동을 통해 너무 빨리 시들어버린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그래서, 오늘부터 이 블로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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