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비대면 강의 공지 - 2학기를 어떻게 보낼까

 1학기 때 큰 난리를 치르고 2학기 때는 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래서 어제 2학기 전면 비대면 강의를 시행한다는 소식을 메일로 공지받았다. 이미 한 번 겪은 일이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1학기 때는 학교 측에서 상황을 두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취해서 결정을 여러 번 반복했는데, 2학기 학사 일정은 깔끔하게 공지되어서 그래도 나았다. 1학기 때 나는 여러모로 불안정했다. 새내기 라이프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까닭도 있었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데서 오는 답답함과 무기력함, 지난 날의 잘못들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괴롭게 했다. 2주 간격으로 바뀌는 학사 일정 탓에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짜증스러움도 있었다. 어떻게 공부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장짤'을 당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것도, 나보다 수학, 과학을 이미 깊게 공부한 과학고, 영재고 출신 학생들과의 막연한 경쟁도 스트레스였다. 이런 것들이 합쳐진 1학기는 어떤 능률이나 보람도 없이 꾸역꾸역 공부했던 무채색의 나날들이었다. 꿈도, 갈피도, 열정도 잃은 채 내던져진 나는 매일 스스로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야만 했다. 이런 날들이 지나고, 다른 의미로 힘들었던 한달 반의 집중보강기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만약 2학기가 또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면 이렇게 지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 삶에 스스로 활력을 불어넣기로 결심했다. 
 
 우선 나는 바쁘게 살기로 결심했다. 1학기 때 나는 정말 공부만 했다. 학교에서 시키는 양이 많기도 했지만 내가 공부밖에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것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이다. 다른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간들을 의미없게 흘려보냈고, 그러다보니 공부하고 나서 시간을 때우다 때가 되면 공부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어떤 계획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공부해야하니까' 라는 핑계를 대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공부밖에 하지 않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이 모습은 고등학생 때 나의 신조와는 완전 어긋난 것이었다. 고등학생 때 나는 공부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시간은 쪼개면 생긴다' 라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다 해내졌고, 모든 방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후에 이 시간은 나의 자부심이 되었다. 

 나는 코로나 시대에서 내가 하고 싶으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피아노였다. 나는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고 잘 치고 싶은 마음이 큰데 학교에서는 연습하기도, 레슨 받기도 어려운 것이 피아노였다. 집에는 피아노가 있어서 언제든 연습할 수 있고 3분 거리에 피아노 학원이 있으니 2학기는 계속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원하는 곡을 하나씩 마스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음으로 떠오른 건 과외였다. 용돈도 벌 겸 과외를 하고 싶었는데, 여름 방학이 애매하게 짧아 다음 기회로 미뤘었다. 그런데 2학기 내내 과외가 가능하다면 구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나는 5년동안 교육 봉사를 다니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점점 좋아하게 되었고, 가르치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왔다. 그래서 집에만 있을 2학기 때 일주일에 두세 번정도 나보다 어린 학생들을 만나며 가르치는 일은 내게도 큰 활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컴퓨터 학원도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학기 때 학교에서 처음으로 C언어를 고통스러운 어싸인과 함께 배웠는데, 이 실력을 유지, 발전시키고 싶었다. 한 학기 내내 컴퓨터를 배우면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울 컴퓨터 공학과 전공 과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듣고 있는 영문법 인강을 3번 반복 학습하여 이번 기회에 영어의 체계를 완전히 습득하고자 결심했다. 영문법의 뼈대가 잡히면 문장을 만드는 기본이 완성된 것이므로 영작이나 회화 공부를 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지리라 기대한다. 

 2학기 전면 비대면 강의가 확정되기 전에, 학교 체육관이 폐쇄되었다 해서 조금 울적했었는데, 이제는 집에 계속 있으니 간편하게 줄넘기나 홈트레이닝으로 꾸준히 운동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있었으면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집에서는 방학 때처럼 매일 운동하면 되겠다 싶었다. 

 나는 확실히 1학기 때보다 비대면 강의를 대처함에 있어서 노련해졌다. 더 이상 당황하거나 불평 불만만 토로하지 않고 현실에서 가치있는 일을 찾아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게 내던져진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반항'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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